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체중 관리

GLP-1 석 달째 안 빠질 때 — 끊기 전에 봐야 할 것

시작하고 석 달, 체중계가 거의 안 움직이면 끊어야 하나 매일 고민하게 돼요. 늦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임상 숫자를 보면 그 마음이 좀 가라앉아요.

22 min read

이 글은 정보 제공 및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참고용이며,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. 건강 관련 결정은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세요.

GLP-1 석 달째 안 빠질 때 — 끊기 전에 봐야 할 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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체중계 위에서 한참을 서 있게 되는 아침이 있어요.

석 달째인데 숫자가 안 움직이는 아침이요. 주사는 한 번도 안 거르고, 단계도 시키는 대로 올렸어요. 그런데 숫자는 처음 잰 날에서 1kg 남짓 내려간 게 전부예요. 발끝에 힘을 줬다가 빼봐도 똑같고요. 그쯤 되면 아침마다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게 작은 시험처럼 느껴져요. 매번 같은 점수를 받는 시험이요.

그 무렵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. "12주에 5%도 안 빠지면 그 약은 나한테 안 듣는 거다."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도 모르는데, 한번 박히면 잘 안 빠지더라고요. 같이 시작한 지인은 벌써 옷이 두 치수나 줄었다는데 혼자만 제자리인 것 같고요. 후기들을 찾아보면 한 달에 몇 kg씩 빠졌다는 얘기뿐이라, 비교는 자꾸 자기만 못나 보이는 쪽으로 흘러가요.

그래서 이 시점에 끊을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 많아요. 비급여라 매달 나가는 돈도 적지 않고요. 그런데 임상시험 사후분석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좀 달라져요. 늦게 출발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, 그 사람들 대부분이 계속 맞았을 때 결국 빠졌거든요. 물론 끝내 안 빠지는 사람도 있었어요. 그 숫자를 다 보고 나면 체중계 앞에서 덜 흔들리게 돼요. 석 달째 저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이 숫자들을 미리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적어요. 겁주려는 것도, 약을 권하려는 것도 아니에요.

'12주에 5%'는 누가 정한 선일까

먼저 그 12주 선부터 짚을게요. 이게 어디서 온 기준인지 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거든요.

12주에 5%라는 숫자는 사실 '치료가 실패했다'는 의학적 정의는 아니라고 해요. 일부 보험이나 의료제도에서 비용 지원을 계속할지 판단하는 행정적 기준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어요. 그러니까 "내 몸이 약에 반응하느냐"를 재는 잣대라기보다, "돈을 더 댈 만한가"를 재는 잣대인 경우가 많다고 해요. 둘은 꽤 다른 질문이잖아요.

물론 이런 기준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. 약값이 비싼 만큼 어느 시점엔 효과를 점검할 잣대가 필요하긴 하니까요. 문제는 그 잣대를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일 때예요. 그러면 정작 몸이 뒤늦게 반응할 시간을 스스로 끊어버리게 돼요. 그 선 하나에 떠밀려 약을 접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고요.

여기서 많이 헷갈려요. 그 선을 못 넘었어도 약은 몸 안에서 여전히 뭔가 하고 있을 수 있어요. 정해둔 시점에 정해둔 숫자에 아직 못 닿았다는 것뿐이거든요.

12주 5%는 '실패 판정'보다는 비용을 둘러싼 행정 기준에 가깝다고 해요. 내 몸이 약에 반응하는지를 직접 재는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요.

'늦게 반응하는 사람'은 정말 따로 있어요

이 불안을 가장 크게 눌러주는 자료가 SURMOUNT-1이라는 시험의 사후분석이에요. 티르제파타이드(마운자로 성분)를 맞은 사람들을 두 갈래로 나눠본 자료예요.

12주 시점에 체중이 5% 넘게 빠진 사람을 '빠른 반응자', 5%에 못 미친 사람을 '늦은 반응자'라고 불렀는데요. '늦은 반응자'는 그냥 초반에 느리게 출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.

12주 시점 분류인원비율
빠른 반응자 (5% 이상)1267명82.0%
늦은 반응자 (5% 미만)278명18.0%

전체의 18%, 그러니까 다섯 명 중 한 명꼴이 12주에 5%를 못 넘긴 거예요. 적은 숫자가 아니죠. 유난히 굼뜬 사람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에요. 이 한 줄을 읽고 나면 어딘가 외딴섬에 혼자 떨어진 느낌이 조금 가셔요.

눈에 띄는 단서가 하나 더 있었어요. 늦은 반응자 쪽에 남성 비율이 더 높았어요. 늦은 반응자는 45%가 남성이었는데, 빠른 반응자는 30%였거든요. 성별 하나로 결과가 갈린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고요. 그래도 초반이 더딘 건 약이 고장 났다기보다 사람마다 다른 정상적인 편차일 수 있어요.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는 대목이고요.

늦게 출발한 사람들,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요

그럼 이 278명은 어떻게 됐을까요. 끊었으면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을 텐데, 계속 맞은 사람들을 따라가 봤더니 체중이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.

시점5% 이상 빠진 사람비율
24주194명70%
72주250명90%

24주, 그러니까 반년쯤 됐을 때 늦은 반응자의 70%가 5% 선을 넘었어요. 시작점에선 278명 모두 5%에 못 미쳤는데, 반년 사이에 194명이 그 선을 넘긴 거예요. 72주까지 계속 맞은 사람은 90%, 그러니까 250명이 그 선을 넘었고요. 12주에 멈춰 서서 "난 안 되나 봐" 했다면 못 봤을 풍경이에요.

속도도 따져봤더라고요. 늦은 반응자가 5%에 닿기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24.8주였어요. 편차가 ±12.7주라 사람마다 들쭉날쭉했지만, 평균만 봐도 12주의 두 배예요. 누군가는 더 일찍, 누군가는 훨씬 늦게 그 선에 닿았다는 뜻이고요.

늦은 반응자가 5%에 닿기까지 평균 24.8주가 걸렸어요. 12주에 멈춰 판단하면, 아직 절반밖에 안 온 사람을 너무 일찍 접게 되는 셈이에요.

이 대목에서 잠깐 멍해지는 사람이 많아요. 석 달이라는 시점이 사실은 너무 이른 자리였을 수도 있으니까요. 겉으로 안 보이던 변화가 몸 안에선 천천히 쌓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고요.

다른 약에서도 똑같은 모양이 나왔어요

여기까지만 보면 "그 시험 하나가 그랬겠지" 싶을 수 있어요. 당연히 들 만한 의심이고요. 그런데 같은 패턴이 다른 약에서도 나왔어요.

이번엔 세마글루타이드(위고비·오젬픽 성분)를 본 STEP 4라는 시험이에요. 처음 20주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를 유지 용량까지 쓴 사람들을 무작위로 나눠, 한쪽은 계속 세마글루타이드를 맞게 하고 다른 한쪽은 가짜 주사로 바꿔서 68주까지 지켜봤어요. 그 안에서 20주에 반응이 시원찮던 사람만 따로 떼어 보면, 두 쪽의 이후 곡선이 이렇게 갈렸어요.

20주 비반응자, 이후68주까지 평균 체중 변화
계속 맞은 군-6.4%
가짜 주사로 바꾼 군-0.3%

계속 맞은 쪽은 체중이 평균 6.4% 더 빠졌고, 끊은 쪽은 0.3%로 거의 제자리였어요. 초반에 더디던 사람도 계속 맞으니 뒤늦게 빠졌다는 거예요. 끊은 쪽은 그 흐름이 그냥 멈춰버렸고요.

참고로 STEP 4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끝까지 유지한 사람 전체로 보면, 86.2%가 68주에 5% 이상 빠졌어요. 초반에 빠른 사람과 더딘 사람을 다 합쳐도, 끝까지 함께 간 사람 대부분이 의미 있는 감량에 닿았다는 뜻이에요.

서로 다른 두 약(티르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), 서로 다른 두 시험에서 같은 모양이 나온 거예요. 한 군데서만 나온 우연이라기엔 그림이 너무 닮았죠. 여기가 제일 든든한 대목이에요. 약 한 종류, 시험 한 건이었다면 "그 시험만 운이 좋았겠지" 하고 넘길 수 있는데, 두 번 반복되면 얘기가 달라지니까요.

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두고 싶어요. 이건 잘 빠지다가 어느 순간 멈추는 정체기 얘기가 아니에요. 정체기는 GLP-1 정체기 가이드에서 따로 다뤘어요. 지금 하는 얘기는 '시작부터 거의 안 움직일 때'라서 결이 좀 달라요.

그래도 데이터가 약속하지 않는 것

여기서 솔깃해서 "계속하면 다 빠지는구나" 하고 넘어가면 곤란해요. 안심이 되는 숫자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보는 게 맞거든요.

90%는 확률이지 보장이 아니에요. 뒤집으면 늦은 반응자 열 명 중 한 명은 72주까지 맞고도 5%에 못 닿았다는 뜻이에요. 278명 중 대략 28명쯤이요. 끝내 안 빠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는 거예요. "계속하면 누구나 결국 빠진다"는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.

그래서 이 글을 '버티면 무조건 된다'는 응원가로 읽지는 않으셨으면 해요.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. '나는 늦게 반응하는 쪽일 수도 있다'는 가능성을, 끊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후보에 한 번은 넣어두자는 거예요. 그게 전부예요.

평균 감량 속도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는 GLP-1 감량 속도 얘기에 따로 적어뒀어요. 그 글을 같이 보면 '내 속도가 이상한 건가'라는 불안이 좀 더 가라앉을 거예요.

그리고 약은 혼자 일하지 않아요. 미국 FDA 라벨을 봐도 세마글루타이드는 저열량 식이와 늘어난 신체활동과 '함께' 쓰도록 돼 있어요. 약을 끼워 넣는 거지, 다른 걸 다 빼고 약만 남기는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. 더딘 구간이라면 식사나 활동 같은 다른 축이 흔들리고 있진 않은지 같이 살펴볼 만해요. 약만 믿고 나머지는 손을 놓기 쉬운 구간이거든요.

더딘 구간에 점검해볼 것들

끊을지 말지를 정하기 전에, 약 말고 다른 것부터 한 바퀴 둘러보면 좋아요. 거창한 게 아니라 기본기예요. 약에 늦게 반응하는 몸일 수도 있지만, 식사나 활동 같은 기본이 흔들리면 그만큼 더 더딘 것도 사실이거든요.

제일 자주 걸리는 건 단백질이에요. 입맛이 줄다 보니 끼니가 가벼워지는데, 그러면서 단백질부터 빠져요. 빵이나 면으로 대충 때우는 날이 늘어나는 거예요. 끼니마다 단백질을 먼저 채우면 포만감이 한결 오래가요.

움직임도요. 거창한 운동 말고 그냥 걷는 양이요. 약 맞으면 알아서 빠지겠지 싶어 오히려 덜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흔해요. 출퇴근 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리는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하고요.

그리고 제일 뜨끔한 자리가 잠하고 술이에요. 며칠 푹 못 자거나 술자리가 잦은 주에는 체중계가 유독 안 움직여요. 이건 약 탓이 아니고요. 유난히 안 빠진 주를 되짚어보면 잠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아서, 알고 나면 약 핑계만 대기가 어려워져요.

이런 걸 점검한다고 갑자기 잘 빠지는 건 아니에요. 다만 "약이 안 듣는다"고 단정하기 전에, 약이 일할 토대가 갖춰져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는 거예요. 명령이 아니라 점검 목록이고요. 뭘 바꿀지는 결국 담당 의료진과 같이 정해야 할 일이에요.

어떨 때 병원에 가져가면 좋을까

물론 마냥 기다리는 게 답은 아니에요. 늦은 반응은 가능성일 뿐이고, 실제로 거의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요.

더딘 구간이 길어지면 다음 진료 때 솔직하게 다 꺼내놓는 게 좋아요. 몇 주 동안 체중이 얼마나 움직였는지,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은 어땠는지, 식사랑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. 집에서 잰 체중계 숫자를 주마다 메모해 가면 대화가 훨씬 구체적이에요. "그냥 안 빠져요"보다 "이 4주 동안 0.5kg 움직였어요"가 의료진에게도 훨씬 쓸모 있는 정보고요.

계속 맞을지, 단계를 더 올릴지, 다른 약으로 바꿀지는 전부 임상적인 판단이라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. 그건 담당 의료진이나 약사랑 같이 결정할 몫이에요. 약을 바꾸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약 갈아타기 얘기에 따로 정리돼 있는데, 그 결정도 결국 진료실에서 같이 내리는 게 맞아요.

부작용이 일상에 무리를 줄 만큼 세거나, 새로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더 미루지 말고 알리는 게 좋아요. 효과가 더디다고 해서 부작용까지 참아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. 그건 별개의 문제라 따로 얘기하는 게 낫고요. 한 가지 더, 세마글루타이드(위고비)는 미국 FDA 라벨상 갑상선 수질암 개인력·가족력이 있거나 MEN 2라는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겐 쓰지 않게 돼 있어요. 박스경고라고 부르는 미국 FDA 라벨의 표현이고요.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승인 범위나 제형은 이와 다를 수 있어서, 이런 부분은 처방 전에 꼭 확인받는 게 좋아요.

가격도 무시 못 해요. GLP-1 비만 치료는 비급여라 건강보험도 실손도 안 돼서, 용량에 따라 한 달에 30만–60만원대가 나가요. 병원마다 차이가 있고요. 더딘 구간에 이 돈을 계속 댈지는 효과 기대치랑 같이 저울에 올려볼 문제예요. 다만 그 저울에 '늦은 반응 가능성'이라는 추를 빼놓진 말자는 게 이 글의 전부예요. 비용이 부담이라면, 그 부담도 진료 테이블에 솔직히 올려두는 편이 나아요.

곡선의 출발점에 서 있는지도 몰라요

석 달째 체중계 앞에서 끊을 생각만 하고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 건넬 수 있다면 이 말일 거예요. "12주는 아직 중간 어디쯤일 수 있어"라고요. 이걸 알고 저울에 올라가는 아침과 모르고 올라가는 아침은 무게가 꽤 달라요.

SURMOUNT-1의 늦은 반응자 90%가 결국 5% 선을 넘었고, 거기까지 평균 24.8주가 걸렸어요. STEP 4에서도 20주에 더디던 사람이 계속 맞으니 68주에 -6.4%까지 갔어요. 가짜 주사로 바꾼 쪽은 -0.3%로 거의 멈춰 있었고요. 두 약, 두 시험에서 같은 모양이 나왔다는 게 가장 큰 안심거리예요.

물론 열 명 중 한 명은 끝내 못 닿았다는 것도 같이 기억해야 해요. 그래서 결론은 '버티면 무조건 된다'가 아니라, 끊기로 마음먹기 전에 늦게 반응하는 쪽일 가능성을 한 번은 떠올려보자는 거예요. 떠올려본 뒤에 끊는 것과, 떠올리지도 못한 채 12주 숫자에 떠밀려 끊는 건 전혀 다른 결정이니까요.

이 글은 공개된 임상시험과 학술 논문을 바탕으로 한 정보일 뿐이에요. 계속 맞을지, 단계를 올릴지, 끊을지는 담당 의료진과 같이 정하는 게 맞고요. 끊고 나면 빠졌던 체중이 일부 돌아오는 요요도 흔하니까, 그 결정만큼은 혼자 진료실 밖에서 내리지 않으면 좋겠어요. 석 달째 저울 앞에 혼자 서 있는 그 아침에는 특히요.

출처

이 글의 사실 주장은 아래 1차 출처에 대조해 검증했습니다.

  1. PubMed Central (NIH)pmc.ncbi.nlm.nih.gov/articles/PMC12326891
  2. PubMed Central (NIH)pmc.ncbi.nlm.nih.gov/articles/PMC826576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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